노트 42: 중립적인 장부 관리자는 어떻게 취약한 권력이 되었는가
장부가 자본으로 변한 후 장부는 어떻게 취약한 권력이 되었는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아세모글루와 로빈슨은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를 구분한다. 포용적 체제는 권력을 분산하고 재량권을 제한한다. 착취적 체제는 소수 엘리트에게 권한을 집중시키고 책임을 물을 여지를 제한해 통제를 유지한다. 이 틀은 국가뿐 아니라 의사결정 권한의 집중을 토대로 하는 모든 거버넌스 구조에 적용된다.
인터넷 번호 자원의 거버넌스는 기술적인 장부 관리에서 시작됐다. 레지스트리는 자원 배분을 조정하고 라우팅의 안정성을 유지했다. 초기에는 IPv4가 풍부했고 경제적 가치는 미미했다. 장부는 행정 수단이었지 자본이 아니었다. 그런 조건에서는 소규모 민간 조정 기구가 전문적 규범과 선의에 따라 운영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했다.
희소성이 구조를 바꿨다.
IPv4의 희소성은 장부를 자본 인프라로 바꿨다. 주소는 자산이 됐다. 임대 시장이 형성됐다. 가치 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장부가 자본이 되자 레지스트리의 재량권은 경제적 권력이 됐다. 그러나 책임을 묻는 체계는 그 권력에 걸맞게 확대되지 않았다. 자산 가치에 비해 법적 책임은 여전히 미미했다. 규칙 집행의 재량권은 계속 중앙에 집중됐다. 거버넌스 문화는 정당성의 근거로 계속해서 ‘커뮤니티’를 내세웠지만, 결정적인 통제 수단은 여전히 집중돼 있었다.
이것이 착취적 제도로 기울어지는 과정이다.
그것은 사람들의 인식에 기대어 살아남는다.
여러 해 동안 나는 네트워크 운영자들이 RIR을 마치 정부처럼, 주권자처럼,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왕처럼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단순한 법적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RIR은 국내법에 따라 운영되는 소규모 민간 비영리 법인이다. 주권자가 아니다. 정부가 아니다. 규제 기관도 아니다. 여러 객관적 지표로 보면 그중 일부는 LARUS보다 작은 조직이다.
하지만 서사가 그들을 부풀렸다.
언론과 커뮤니티의 상상 속에서 그들은 준주권적 존재로 격상됐다. 피할 수 없고, 무적이며,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착취적 체제는 이런 인식에 의존한다. 시험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권위주의 정권처럼 자신들을 거스를 수 없는 필연적 존재로 내세운다. 그들이 의지하는 것은 무력이 아니라 믿음이다.
일단 도전을 받고, 도전자가 살아남으면 그 환상에 금이 간다.
사람들은 반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권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왕에게는 군대가 없다.
반응은 예상할 수 있다.
법적 현실을 받아들이는 대신, 그들은 자기 서사를 방어하는 데 더욱 매달린다. 법원 판결이 레지스트리의 지위 남용을 인정한 경우에도 나를 ‘남소를 일삼는 사람’이라고 비난한다. NRO는 사법적 심사를 받아들이기는커녕 모리셔스 정부에 접근해 면책과 유사한 보호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이 행동은 많은 것을 드러낸다. 커뮤니티에 기반하고, 아래로부터 운영되며, 주권을 갖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기구가 정부에 주권자와 같은 면책을 요구한다면, 이미 자신을 주권자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모순은 명백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커뮤니티의 합의 형성을 돕는 역할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정에서 도전을 받으면 일반적인 법인의 책임 범위를 넘어서는 보호를 찾는다. 주권자의 특권을 꿈꾸고, 그것을 정부에 청원한다. 비극적이면서도 터무니없다.
정말 커뮤니티에 기반한 조정자라면 다른 민간 주체와 똑같이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을 받아들일 것이다. 면책 요구는 정반대를 증명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일반적인 법 위에 있는 존재로 본다. 그 열망만으로도 신화의 실체가 드러난다.
법적 패배나 구조적 취약성에 부딪히면, 그들은 이를 누구도 자신들을 건드릴 수 없다는 서사와 양립시킬 수 없다. 그래서 외부 요인에 기대는 설명을 부풀린다. 내가 엄청난 힘을 가졌다고 암시한다. 더 큰 지정학적 세력을 대표한다고 시사한다. 나를 더 큰 무언가의 대리인으로 그린다. 내가 법과 경제의 현실 안에서 행동하는 개인일 뿐이라면, 그들의 패배가 굴욕적이기 때문이다.
무적이라는 이미지를 지키려면 상대를 부풀려야 한다.
내가 그저 민간의 한 주체라면 그들의 권위는 무너진다. 내 뒤에 제국들이 있다면 그들의 서사는 살아남는다. 이것은 사람들이 믿는 주권을 심리적으로 보존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군대가 없다. 무력을 독점하지도 않는다. 주권에 따른 권한도 없다.
그들의 유일한 통화는 자발적 협력과 중립적이라는 인식이다. 언론으로, 정부로, 면책 요구로 대응을 격화할 때마다 그 통화는 소모된다. 주권이 없는 체제에서 대응을 격화해도 도전자를 제거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뿐이다. 침묵은 도전자를 작은 존재로 남겨 둔다. 이름을 거론하는 일이 도전자를 만들어 낸다.
그들의 두려움이 그들이 두려워하는 대상을 만들어 낸다.
실제 주권 권력의 뒷받침을 받는 착취적 제도조차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강압에는 비용이 들고, 정당성은 쇠퇴하며, 자본과 인재는 떠나고, 모순은 파열이 일어날 때까지 쌓인다. 군대와 과세권을 가진 착취적 체제도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다면, 주권 권력 없이 오직 힘이 있다는 인식만으로 시도되는 RIR식 착취적 제도로의 이행은 본질적으로 더 취약하다. 주권을 행사할 능력 대신 사람들의 인식에 기대어 착취적 제도를 운영하려는 것은 한심하고 멍청하다. 권한 남용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장치도 없이 권한을 남용하는 셈이다.
이 갈등은 역사적 필연이기도 하다.
2차 시장이 형성되면 무게중심은 행정적 배분에서 자본 운용으로 옮겨 간다. 2차 시장의 가장 큰 사업자들은 주소를 대규모로 공급하고, 자산의 흐름에서 레지스트리 자체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두며, 누가 어떤 조건으로 IPv4를 확보하는지에 더 큰 실질적 영향력을 쌓기 시작한다. 그 시점에서 레지스트리의 적대감은 개인 간 성격 충돌이 아니다. 시장 구조가 자신의 상대적 권력관계를 뒤집는 것을 지켜보는 행정 기관의 자연스러운 방어 반응이다. 세계 최대의 IPv4 2차 시장 기업인 LARUS는 바로 그 압력이 집중되는 지점에 있다. 시장의 지배적 공급자는 필연적으로 레지스트리의 가장 큰 위협이 된다.
내가 이 변화의 구조적 원인은 아니다.
기껏해야 나는 인센티브 설계에 이미 내재한 취약성을 드러낸 압력의 집중점이다. 집중된 재량권에 최소한의 책임, 그리고 내부의 권한 남용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더해지면 결국 파열은 반드시 일어난다.
IPv4의 희소성은 장부를 자본으로 바꿨다. 자본은 예측 가능성을 요구한다. 예측 가능성은 권력에 대한 제약을 요구한다. 권력이 정치화되고 재량에 따라 행사되면 시장은 적응한다. 운영자들은 위험을 헤지한다. 의존 대상은 분산된다.
탈중앙화는 반란이 아니다.
균형이다.